| 오키나와

오키나와 설날의 중요한 전통 행사인 샤쿠도리(酌取り)를 보러 쿠다카섬으로

the sky and the sea
치유의 섬, 오키나와.
이 섬을 방문하는 우리들을 맞아주는 것은 푸른 바다와 푸른 산들 만이 아닙니다. 변함 없이 이어져 온 삶의 터전도 그 하나입니다.
여기 오키나와에서는 자연의 리듬에 기대어 사람들의 생활이 영위되어 왔습니다.
 
달을 기준으로 한 음력에 따라 계절 마다의 전통 행사가 있는데, 한 해의 시작을 축하하는 설날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음력 1월 1일을 축하하는 옛 부터의 풍습이 오키나와 각지에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는, 니라이카나이에서 가장 가까우며 신성한 섬인 쿠다카섬을 방문해, 섬 전체가 축복으로 가득 찬 모습을 보고 왔습니다. 바다를 넘어 온 조상의 영혼과 정령들이 모인 듯이 평소와는 다른 활기참을 강하게 느끼는 날입니다.
 
쿠다카섬은 슈리성에서 동남동 방향으로 직선거리로 약 18km로 나하시 중심부에서 대기시간도 포함해 약 1시간 반밖에 되지 않는 거리입니다. 나하에서 가장 가까운 낙도 중의 하나로 여름철에는 여러 지역에서 많은 해수욕 관광객이 방문하는 섬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이 섬은 배를 내려 섬을 걷기 시작하면, 하늘과 땅이 이어져 있는 듯한 독특한 감각이 느껴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샤쿠도리: 술을 따르거나 그 시중을 드는 사람을 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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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5분만에 건너는 작은 낙원

crossing people
flowers
2015년 음력 1월1일에 해당하는 2월 19일은 일년 중, 가장 섬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은 날이기도 하다 보니 쿠다카섬으로 가는 배가 있는 난죠시의 아자마항(安座真港)에는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모여 있습니다.
정월 장식용의 생화와 선물을 갖고 있는 귀성객과 함께 임시편인 고속선을 타고 15분 정도 지나면, 아침 햇살에 비춰지며 잔잔하게 빛나는 토쿠진항(徳仁港)에 도착합니다.
 
오키나와 본섬과는 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데, 왠지 섬 공기가 왠지 모르게 다르게
느껴집니다.
flags
kids and family
부두에는 젊은 어부가 어선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푸른 대나무에 타이료바타(大漁旗)와 일본국기를 동여 매어 뱃머리 근처에 붙이려고 씨름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니, 우간쥬(拝所)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있는 작은 아이와 가족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이 섬에서는 감사와 기도를 당연하듯이 하고 있는 것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an old man
섬의 어부가 어획에 사용하고 있는 부두의 한 구석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의 할아버지가 대야를 앞에 두고 무언가 하고 있기에 가까이 가 봤습니다.
보아하니 올해 첫 어획한 것들을 물로 헹구는 중이었습니다. “풍어네요!” 라고 누군가 말을 건네면,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을 드러내며 “작지만 말이지~”하며 대답하는 어부 할아버지입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생활 풍경에 신선한 느낌을 받을 겁니다.

축복으로 가득 찬 섬

이번 여행의 목적은 섬안에 몇 개 있는 신전 중의 하나인 호카마덴(外間殿)에서 매년 개최되는 ‘샤쿠투이(酌取り/シャクトゥイ)’입니다.
평소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깊게 하기 위해 열리는 사카즈키고토(盃事: 술잔을 나누어 굳게 약속한다는 의미)이지만, 이곳 쿠다카섬에서는 신에게 제사 지내는 일을 맡은 카밍츄(神人)를 중개로 하여 신들과 섬의 사람들이 서로 잔을 나눈다고 합니다.
a little girl
부두에서 중심부로 일본국기가 올려진 집들 사이를 누비듯이 계속되는 좁은 길을 천천히 걸어가다 보니 호카마덴(外間殿)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본전(本殿) 앞의 광장에는 몇 개의 천막이 쳐져 있으며, 섬의 사람들과 쿠다카섬과 관계 있는 사람들이 의식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맥주와 아와모리를 손에 들고 담소하면서 근황을 이야기 하는 어르신들이나 오랜만에 재회한 가족을 데리고 신전으로 향하는 할머니 등, 인구 200여명인 이 섬이1년 중 가장 활기찬 날인 설날에는 아기부터 노인까지 많은 사람이 신의 섬으로 돌아 온다고 합니다.

섬에서 세계로. 평화 기원과 카챠시(カチャーシー)

축복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표정에 잠시 넋을 잃고 보고 있다 보니, 엄숙한 산신(三線)의 음색이 들려옵니다.
a man singing
축가가 회장에 울리며, 샤쿠투이의 의식이 시작됨을 알린 것입니다.
본전으로 향해 줄 서 있던 참배자들은 2인1조로 신사(社/やしろ)에 올라가, 카밍츄로부터 잔을 받아 새로운 한 해의 건강과 무사 안녕을 기원합니다.
샤쿠투이를 마치고 광장으로 내려 오면, 둘이서 카챠시를 춤추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습니다. 카챠시는 오키나와 방언이며, ‘카키마와스(かき回す~휘젓다)’를 의미합니다.
글자 그대로 휘젓듯이 머리 위와 머리 정면 주위에서 양손을 좌우전후로 움직이며 춤을 춥니다. 빠른 박자의 민요에 맞추면서 추는 카챠시는, 이벤트의 마지막 장식을 빛내 주기에 적합한 밝고 생동감 넘치는 춤입니다.
a man and a woman
four pictures
새해를 맞이하여 정장에 넥타이 혹은 하오리하카마(羽織袴: 일본 전통 정장)로 차려 입은 남성이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하며 카챠시를 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순서대로 샤쿠투이의 잔을 받고, 때로는 증손을 끌어안고 춤을 추는 섬의 남성들을 오랜 시간 바라보고 있으면, 먼 옛날부터 계속 이어져 온 이 의식은 쿠다카섬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유서 깊은 신의 섬

기도의 섬이라고도 하는 쿠다카섬은, 류큐 왕조시대에는 국왕이 신녀 중 최고 지위인 키코에오키미(聞得大君)와 함께 직접 섬을 방문해 기도를 올렸다고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the sky and the sea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류큐의 창세신 아마미키요(アマミキヨ)가 나라를 만들 때 처음 시작한 장소이며, 니라이카나이라 불리는 ‘낙원’에서 오곡이 넘어왔다는 전설을 가진 섬입니다.
섬 사람들이 옛부터 지켜온 수많은 성지가 존재하는 신의 섬인 쿠다카섬에서 펼쳐지는 샤쿠투이 의식은 섬을 방문하는 사람들 및 관광객들에게도 행복을 안겨다 줄 것입니다.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
  • 섬 주위는 약 8km로 아담한 편. 부두 근처에는 렌탈 자전거 가게가 몇 군데 있으니, 자전거로 섬을 한번 둘러보세요. 대여 가능한 수가 한정되어 있으니,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토쿠진항 대합소 : 098-948-2842 / 타마키(たまき) : 098-948-2291 / 사바니(さばに) : 098-948-3893
  • NPO 쿠다카섬 진흥회가 운영하는 쿠다카섬 숙박 교류관에는 섬의 작은 박물관이 병설되어 있으므로, 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한번 방문해 보세요.
  • 섬의 기념품은 쿠다카 선박 대기소의 매점에서 살 수 있습니다. 소금과 쿠키, 섬에 거주하는 화가가 그린 쿠다카의 풍경 포스트 카드 등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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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다카섬 행의 배가 출항하는 아자마항 근처에는 오키나와 제일의 성지라 불리우는 세이화우타키(斎場御嶽)가 있습니다. 쿠다카섬에 들어가기 전에 이쪽도 꼭 한번 방문해 보세요. 섬과의 거리가 좀 더 줄어든 듯한 느낌이 들 것입다.